구글 웨이모 엔지니어가 Hashed에 간 이유
Hashed EIR 고우종을 만나다.
국내에도 Web3 열풍이 거세다. 특히 Hashed를 필두로 한 국내 VC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탈중앙화’라는 목표 아래 Web3진영은 스타트업씬의 수많은 인재와 자본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는 중이다. 단순한 암호화폐 투기 너머 그들이 진정으로 관심갖고 있는 무언가가 몹시 궁금한 요즘이다.
최근 XREAL이 만난 고우종 Hashed EIR은 진정한 자율주행기술 1위로 알려진 구글 웨이모 엔지니어 출신의 기업가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UC Berkeley에서 Computer Science PhD 과정을 밟던 중 학업을 포기하고 구글 웨이모의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가, 또다시 퇴사 후 창업의 길로 들어선 특색있는 이력의 소유자기도 하다. Hashed EIR에 합류한 이후로 NFT 프로젝트와 Builders DAO에 참여하기도 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은 어느 길을 택해야 빛을 볼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 많다. “고민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서야, 맞닥뜨리는 의사결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다”라고 조언하는 그를 만났다.
: 안녕하세요, 고우종님! XREAL과의 라이프쉐어링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 제 이름은 고우종이고 지금 해시드에서 EIR이라는 포지션으로 있습니다. 학부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Berkeley 대학원에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로 PhD 과정을 약 4년정도 밟다가 구글의 자회사 중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로 조인했습니다. 웨이모에서 5년 정도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작년 6월쯤 퇴사를 하고 10월에는 Hashed EIR로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 Hashed EIR이라는 게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한 제도는 아닐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 네, EIR이라는 포지션은 사내 창업자 같은 개념입니다. 보통 VC 내부에서 리소스와 네트워크 도움을 받으면서 창업을 해서 나가는 그런 형태고요. 창업해서 나갈 때 해당 VC로부터 초기투자를 받는 조건이 많죠.
: 아, 그렇군요. 그러면 Hashed EIR에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학부 때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10,000개로 피자 한 판 사먹던 그런 시절이죠.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낮으니까 설비투자금과 전기료를 제하면 채굴이 수익이 안 났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그저 하나의 실험에 그칠 것 같아서 관심만 가지고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web3/crypto가 메인스트림이 되는 시점이 왔다고 보고 이쪽으로 다음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고우종님의 지난 인터뷰를 참고했을 때, 변곡점이라는 단어를 되게 자주 쓰시더라구요. 라이프 트랙에 있어서 그런 변곡점을 느낀 순간이 있으실까요?
: 가장 처음은 고등학생 때 학부 전공선택이었습니다. 제가 학부에 입학할 때가 2004년도인데 그 당시에는 컴퓨터 공학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 전공이 아니었어요. 제 주변 이과면서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의치한을 많이 갔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게는 공학이 가장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혹시 그렇다면 다른 공대 전공 외에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고르신 데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네, 공대에 기계공학이나 다른 공학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 생각에는 자동차나 비행기가 지금보다 10배, 100배 더 빨라지거나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많이 성숙한 학문이기도 하고 물리적인 한계도 있기 때문에 그런 폭발적인 발전이 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고등학생인 제가 봐도 컴퓨터는 매우 장난감 같았어요. 매우 느리고 버그도 많고. 그래서 컴퓨터라면 지금보다 10배, 100배, 아니 1,000배까지 빨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확신을 가지고 CS를 택했습니다. 선택의 기로마다 항상 현재의 상황만 보기보다는 미래가치를 생각했구요.
이런 생각들이 대학원 진학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입학할 때는 컴퓨터 그래픽스로 들어갔지만 나올 때 쯤, ML/AI 분야를 결심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고요. 예를 들어 딥러닝은 지금은 워낙 잘 되고 있지만 제가 대학원 다닐 시절에는 초기 단계였어요. “ML/AI가 앞으로 많이 발전하겠다” 라는 생각 때문에 방향을 바꿨던 게 2015년이었고요. 자율주행차도 그 당시엔 장난감 같은 수준이었지만 되기만 한다면 세상이 완전히 바뀔 수 있겠다 이런 기술이었기 때문에 박사과정을 dropout하고 웨이모에 조인하게 된 거고요
모든 기술의 도입에는 항상 변곡점이 있었는데 “만일 이게 가능해지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 저는 아무리 이르더라도 도전했습니다. 지금은 저에게 web3와 메타버스가 그런 기술이네요.
: 10년 후를 내다본다는 게 일상에서, 일반적인 경험을 통해서 계속 고민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어떤 방법을 통해서 그런 데이터를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제가 직접 보고 느껴야 실감하는 편이거든요. 고등학생 때는 박람회에 가서 PDA 같은 새로운 디바이스들을 만져보고 그리고 PDA 동호회에 나가서 관심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 감을 느꼈던 것 같고요. CS를 본격적으로 전공한 다음부터는 다음 스텝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어느 분야든지 세계에서 그 분야의 첨단을 달리는 곳들이 있는데 제 경우에는 실리콘 밸리였습니다. 그래서 UC Berkeley로 대학원을 진학했어요. 진학한 후 구글에서 인턴을 했는데 당시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직원들에게만 프레젠테이션을 했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이거는 되면 엄청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을 휴학하고 웨이모로 조인한 거죠. 웨이모 내부에서 기술의 최전선을 직접 보게 되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내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고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 웨이모에서의 팀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셨었는지 조금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어떤 statement를 말하면 그 뜻이 명료해질 때까지 계속 파고들고 질문하는 점이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CEO가 미팅에서 어떤 주장을 하면 “그거는 이러해서 잘못된 게 아니냐? 그 부분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거냐?” 이렇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파고들 수 있는 문화가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또 하나 재밌게 봤던 것은 입사할 때부터 코드나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내가 고쳐보겠다. 경력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해보겠다.” 했던 사람들이 제가 퇴사할 쯤에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미국은 리더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리더 자리를 줘요. 신입이라도 리더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입사한지 10년, 20년 지나도 아직도 말단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갓 대학 졸업한 젊은 사람이라도 행동이 리더고, 말하는 것도 리더처럼 말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팀을 꾸리는 노력도 이미 CTO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주제 넘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사람이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주더라고요.
: XREAL이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많은 단체이다보니,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혹시 관련해서 인사이트를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필요가 있어요. 다만 이 것은 앉아서 생각만 한다고 알 수 있지는 않고 새로운 의사결정의 순간을 맞았을 때, 정확히는 의사결정을 강요 받을 때서야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많이 배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거죠.
그런 말이 있어요. 내가 A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B를 하고 싶은지 결정을 못 내리겠으면 동전을 튕겨서 정하고 그 결정을 평생 따르라고요. 그러면 동전을 딱 튕기는 순간 제발 동전의 앞면 혹은 뒷면이 나오기를 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죠. 이렇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이 와야 깨달아요.
저의 경우도 퇴사하기 전까지는 “나 곧 퇴사할 거야!”라는 말 쉽게 하고 다녔지만 퇴사 서류에 사인할 때는 그제서야 “진짜구나” 실감도 나고 떨렸습니다. 그런 떨림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한다면 그건 정말 원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겠죠. 이런 경험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되는 시점에 와서 그 시점을 피하지 않고 뚫고 갈 때 그때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게 돼요.
유학 갈 때 지금까지 소유했던 모든 걸 다 처분하고 이민가방 싸고 비행기표 끊을 때 내가 정말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가? 라는 질문에 맞닥뜨리죠. 또 미국에서 짐 싸고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을 때도 내가 정말로 다시 한국에 가고 싶은가? 에 답해야 하죠. 이런 중요한 판단을 어린 나이부터 직접 하면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종종 다른 문화권에서 일해보거나 아니면 분야를 바꿔보는 것도 나에게 무엇이 맞는지 발견하기에 좋습니다. 저도 진로를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컴퓨터 비전으로, 또 web3/crypto로 계속 바꿔 왔거든요.
: 혹시 비개발 직군의 커리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 최근에 이제 IT 기업의 비개발 직군 같은 경우에는 정형화가 많이 안 되어 있고 명칭도 계속 바뀌잖아요. 기획자라는 포지션의 유무도 다 다르고, 요즘은 PM이라는 말을 안 쓰고 PO를 쓰는 데도 있고, 마케터도 다양하고. 격변의 시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비개발 직군이라고 해도 엔지니어링, 더 세부적으로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는게 격변의 시기에 자기 포지션을 튼튼하게 잡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기본적인 논리적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비개발 분야의 전문성에 개발능력을 더할 수 있다면 어디를 가도 대우 받는, 매우 소수의 특별한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모두가 다 코딩을 배워야 할까요? 또 유망해보이는 분야의 언어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문제 해결 역량의 하위 범주라고 생각이 되고요. 알고리즘이든 외국어 능력이든 그래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문제를 설정하고 그거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의 성격과 수준을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tech literacy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은 IT 기업 같은 경우 소통 비용 감소와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모든 직군에 기본적인 코딩능력을 요구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배우자고 했으면 프로그래밍을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지 말고 본인의 관심사 내지 풀어보고 싶은 문제부터 태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바일 앱부터 남이 만들어 둔 example들 참고하면서 누더기로라도 만들고 나면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기거든요.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요.
처음에 그런 착각 많이 합니다. 모든 걸 다 알아야만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CS(컴퓨터공학) 전공할 때도 네트워크든 OS든 개설된 강의는 다 듣고 알아야만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가서 훌륭한 교수님과 여러 박사들과도 얘기를 많이 해봤는데 모든 분야를 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자기가 하는 것만 잘 알지 전체를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은 존재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나는 비전공자니까 잘 모르고 그래서 이거 못 만들거야”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만 쏙쏙 빼와서 만들면 됩니다. 다 알 필요는 전혀 없고 모르고 가져다 쓰는 코드가 있어도 괜찮아요. 돌아가기만 하면 돼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어렸을 때 짠 코드들 보면 이해 못했지만 검색해서 찾아서 넣고 넣어 보니까 돌아가고 이러면 괜찮네 이러면서 많이 넘어갔거든요.
: 마지막으로 현재 도전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 비트코인 10,000개로 피자 한 판 사던 시절에 마이닝도 해보고 비트코인 포럼도 들어가서 얘기해보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느꼈죠. 그런데 이제는 그 cryptocurrency들이 세상을 바꾸는 때가 오는 것 같아서 Hashed라는 crypto VC에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회사에 고용되어서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성인이 된 후에 학부 4년, Nexon에서 병특 3년, 대학원 4년, 그리고 웨이모 5년, 이렇게 시간을 많이 썼거든요. 더 큰 성장을 위해 이제 저의 것을 해야하는데 web3는 그런 걸 하기에 딱 좋은, 제 가치관과 잘 맞는 그런 분야라고 판단을 해서 정한거에요.
세상 일이 뒤돌아 보면 다 연결이 되긴 해요. 내가 그때 그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Hashed에 와 있게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많이들 하는 이야기인데 돌아보면 그런 경험들이 다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더라구요. 그때 비트코인 포럼에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고 하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안 올 수도 있었습니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 지식이 조금씩 쌓이면서 생각이 바뀌지만 안 그랬다면 “비트코인? 그건 뭐야? 난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모르겠어!” 이럴 수도 있죠. 이렇게 씨앗을 많이 뿌려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에 제가 창업 관련해서 자주 이야기 나누는 두세분이 있는데 주로 on-chain data analysis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다들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출신들이라서 그런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아직 concrete한 것은 없지만 ‘tokenomics와 on-chain data analysis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결합될까?’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Date of the interview / 2022.05.06
Interviewer : 민효식
고우종님은…(http://wjkoh.com)
Work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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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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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D. student, Computer Science, Aug. 2012 - May 2016 (on leav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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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Computer Science, May 2016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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