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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가장 오랫동안 유행하고 있는 장르다
“클래식 음악은 단순히 하나의 장르가 아닙니다. 이는 인간의 창의성이 펼쳐지는 무한한 우주로, 화음의 시작부터 바로크 시대의 과잉, 낭만주의 시대의 방종, 그리고 규칙이 깨지던 20세기까지 거의 1000년에 걸쳐 이어져 왔습니다.“ - Apple Music Classical Hit 설명글 중 일부
2024년 기준, Spotify에는 약 1억 개의 음악이 있으며, 그중 약 2%인 200만곡 정도가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됩니다. 클래식 음악은 9세기 초부터 현대에 이르러서도 작곡되고 있고, 현대 음악, 특히 앰비언트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앰비언트 음악은 공간을 채우는 소리를 강조하는 배경음악입니다.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의 음악은 반복적이고 간결한 멜로디로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인데, 이는 현대 앰비언트 음악에 영향을 줘 그는 앰비언트 음악의 선구자로 여겨집니다. 사티의 작업은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벗어나 음악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했습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은 다양한 장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림 1 : 클래식 음악을 듣는 청취자의 나이 분포 (출처 : MIDIA Research)
그렇다면 이러한 클래식 음악에는 어떤 연령층의 청취자들이 있을까요?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 Deezer, 영국 음반 산업회(BPI),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 스트리밍 이용자 중 34%가 18~25세였으며, 35세 미만 청취자는 10년 전에 비해 17% 증가했습니다. 추가로, MIDIA Research가 8개국(미국, 한국 외 6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에서 클래식 음악 청취자의 평균 연령은 45.6세였으며, 35세 미만 청취자 비율이 약 3분의 1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통계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젊은 층의 클래식 음악 청취가 증가했음을 시사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장르를 탐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 기반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 추천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주어 클래식 음악 청취자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림 2 : KBS교향악단 2024 마스터 시리즈 홍보영상[1] 의 썸네일
최근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도 SNS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KBS 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은 위 그림2와 같이 밈을 활용한 공연 홍보와 정보 제공을 하고 있으며, '하루하나클래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정기적인 피드와 릴스를 통해 클래식 음악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젊은 세대들도 클래식 음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점차 젋은 청취자가 증가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만의 특징들을 정리해보고, 이러한 특성들을 VR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와 연계해 클래식 음악 경험의 확장 가능성을 제안해보고자 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시간의 음악이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 지휘자에 따라서 시간 차이가 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모든 연주가 그렇듯이 시간예술이기 때문에 반복 재생이 안됩니다. “ -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음반이나 LP를 사용한 녹음된 음반을 오프라인으로 구매해서 듣는 방식, 두번째는 유튜브 뮤직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나, IDAGIO 같은 클래식 전용 음악 앱을 통해 음악을 듣는 방식, 마지막으로 직접 공연장에 가서 듣는 형식이 있습니다. 3가지 방식은 서로 다른 장단점들이 있지만, 그들이 듣는 음악은 지휘자, 연주자 (또는 오케스트라)에 따라서 곡의 속도, 악기의 구성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입니다.
그림 3 :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1928년에 작곡한 '볼레로(Boléro)'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일정하게 반복되는 작은 북의 볼레로 리듬을 바탕으로, 플루트와 클라리넷 등 관악기의 독주로 시작해 점차 여러 관악기의 협주를 거쳐 마지막에는 관현악단 전체의 합주로 발전하며 소리의 깊이가 점점 깊어집니다. 비교적 최근에 작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볼레로'는 현대 음악의 미니멀리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다양한 매체의 BGM과 OST로 활용되는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는 명곡입니다.
라벨은 1931년 한 신문에서 "이 곡은 17분이 적당한 연주 시간이다[2]"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녹음 및 실제 공연에서는 대부분 15~16분대로 빠르게 연주[3]되며, 지휘자에 따라 13분 30초에서 18분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현대 거장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도 같은 곡을 14분대 초반과 16분으로 서로 다르게 연주했습니다. 이는 지휘자의 곡 해석 성향에 따른 것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은 작곡가 뿐 아니라 지휘자, 연주자, 연주 날짜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여 음악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선택의 이유는 음악이 녹음되고 연주된 그 순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말처럼, 그날의 지휘자와 연주자가 만들어낸 순간적인 아름다움이 클래식을 시간의 음악이자 독특한 예술로 만드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공간의 음악이다
“Music is organized Sound. “ - 에드가르 바레즈
위 단락에서 언급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방법 중 가장 돈이 많이 들지만, 가장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들으러 가는 경우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곡이라도 다른 공간에서 연주될 때 청취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4]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전혀 새로운 곡을 듣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림 4.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클래식 공연 애호가들은 곡의 특성과 공연장에 따라 선호하는 좌석이 다양합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을 예로 들면, 3,022석 규모의 대극장은 1층 C구역 B, D열 중앙이 인기가 높습니다. 피아노 연주회의 경우, 연주자의 손동작을 잘 볼 수 있는 1층 B열이 특히 선호됩니다. 음향을 중시하는 마니아들은 2층 C, D, E열 앞 구역을 최고의 자리로 꼽습니다. 이러한 세심한 선택을 통해 관객들은 각자 고유한 경험을 하며, 같은 곡이라도 마치 새로운 곡을 듣는 듯한 신선한 감동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림 5: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왼쪽)과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오른쪽)
20세기 일부 작곡가들은 공간을 고려하여 작곡했으며,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에릭 사티[5]와 존 케이지[6]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대규모 공연장에서의 공연 목적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소리와 화려한 악기 구성 등에 회의감을 느껴, 단순하고 최소화한 음계를 중심으로 작곡해 소규모 공연장에서의 연주를 주 목적으로 했습니다. 에릭 사티는 특히 독일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음악사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음악을 '가구음악'이라 칭하며, 집안 등 아늑한 공간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20세기 말, 이런 흐름은 실험적으로 발전해, 공간 전체에서 발생하는 소음까지도 음악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유명한 존 케이지의 "4분 33초[7]"입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은 공간을 통해 완성되기도 하고, 공간을 고려해 탄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공간의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VR 클래식 경험을 위해 앞으로 필요한 것은?
앞서 우리는 클래식 음악의 시간적, 공간적 특성을 분석했고,이번 단락에서는 VR을 통한 클래식 음악 경험의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VR 상에서 클래식 음악의 특징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최근에는 VR 내 상호작용 연구는 기존의 터치 입력을 통한 인터랙션 이외에 청각이나 촉각을 포함한 다중 감각적 피드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VR에서의 다양한 피드백 구현을 위해 진동 기반 햅틱 피드백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그림 8 : 소니 VR Headset & Controller
클래식의 시간적인 특성은 어떻게 VR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요? 먼저, Sony VR의 Controller 같이 현악기의 활이나 팀파니의 말렛 같은 특수 컨트롤러를 개발하여 실제 연주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 지휘 체험을 위해서는 진동 기능이 있는 지휘봉 형태의 컨트롤러를 제작하여 프로그램과 연동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시간성을 체감하며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미션과 과제를 제공하여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상호작용 요소와 소셜 기능을 추가하여 사용자 참여와 공동체 경험을 증진시키고, 최근 증가하는 소셜 VR 트렌드를 활용하여 VR 기반의 클래식 음악 커뮤니티 플랫폼 구축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시간적 특성을 VR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사용자에게 풍부하고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9: 롯데콘서트홀 1층 C구역 9열 뷰를 보여주는 VR (출처 : 롯데콘서트홀 공식 홈페이지)
클래식의 공간적인 특성은 어떻게 VR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요? 현재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특정 구역 뷰를 체험할 수 있는 PC VR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공간 디자인과 공간 음향 요소를 추가한다면, VR 환경에서 클래식 음악의 공간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공연장 내 위치에 따른 차별화된 음향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동일한 음악이라도 좌석 위치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현상을 구현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실제 공연장의 간접 체험과 클래식 음악의 공간적 특성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 각국의 유명 콘서트홀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나, 과거 특정 시기에 연주된 곡을 재현하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클래식 음악 감상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전반부는 클래식이라는 음악이 얼마나 입체적인지를 두 가지의 기준으로 정리를 했고, 후반부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반영해, 어떤 방식으로 VR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좋을지 간단하게 제안했습니다. 물론 현재의 HMD 내 스피커로는 실제로 듣는 것 만큼의 해상도가 나오지 않아 지금 당장에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 스피커 및 공간 음향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위의 글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서 클래식이라는 음악의 매력을 느껴보고, 클래식 뿐 아니라 음악 자체를 어떻게 VR에서 구현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XREAL 신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