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보상: Web 3.0 메타버스
소유하는 개념의 인터넷, Web 3.0 등장
먼저 ‘소유’의 개념이 어디서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 매일같이 쓰고 있는 인터넷, 즉, 웹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Web 1.0은 인터넷의 초창기 시절로, "개방형 프로토콜"을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정보 교환의 시대였습니다. 이것은 마치 공개된 도서관과 같습니다. Web 1.0 시대에는 주로 웹 페이지를 읽거나 온라인으로 채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는 읽기 전용 웹 혹은 단방향 소통 웹이라고 합니다.
Web 2.0은 Web 1.0 인터넷이 더욱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바뀌어 Facebook, Twitter(현재 X), Wikipedia와 같은 기업들이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시기를 뜻합니다. 하지만 생성된 콘텐츠는 사용자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인 기업에게 귀속됩니다. 이것은 마치 사용자가 프랜차이즈 가게를 열 수 있는 상황과 유사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는 읽고 쓰는 웹 혹은 양방향 소통 웹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Web 2.0 기업들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법으로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활용해 수익을 창출했고, 강한 통제력으로 사용자들에게 강제적인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즉, Web 1.0 및 2.0 에서는 정부, 빅테크 기업, 상장 기업과 같은 중앙 권력 기관이 사용자의 신원/트랜잭션을 검증하고 콘텐츠 게시 권한을 조정하고, 심지어 웹 액세스 권한까지 통제하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독점에 가까운 힘을 가진 기업들이 그 막강한 권한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고, 중앙화의 문제점이 점점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탄생한 다음 버전의 인터넷이 Web 3.0입니다. Web 3.0은 자신의 신원, 금융 정보, 글, 영상, 콘텐츠 등을 중앙 기업에 맡기지 않고, 본인이 소유하여 지키고, 그 권리에 대한 책임 또한 지며, 그 보상 또한 받겠다는 탈중앙화 솔루션입니다. 즉 사용자, 제작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과 권한이 주어지는 인터넷이 Web 3.0입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구글 부사장 빈튼 서프와 한국의 인터넷 최초 구현자인 전길남 교수는 2022 코드 컨퍼런스에서 빅 플랫폼 중심의 집중화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분산시켜 초기 인터넷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에 공통적으로 동의했습니다.
Web 3.0과 블록 체인의 관계
출처 : https://klublr.com/
이러한 탈중앙화를 가능케 하는 기술 중 채택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을 간단히 설명하면, 데이터를 중앙 장부가 아닌 분산 장부에 저장해서 서로를 각자의 신뢰자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데이터를 만드는데 기여한 사용자들끼리 정보를 나눠 갖고, 서로가 합의한 ‘특별한 암호키’를 통해 밀봉하게 되면 그것을 변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중간자 대신 ‘밀봉’시스템을 신뢰하게 되어, 중앙 기업이 아닌 사용자에게 권한을 더 부여해줄 수 있게 됩니다. 은행으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은행에게 돈을 관리할 권한을 준 이유는 그 기관을 신뢰하고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은행이 뱅크런으로 인해 파산하거나 데이터 서버가 파괴될 리스크는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은 이를 해결하여 모든 거래 기록을 분산된 네트워크에 저장하고, 이를 변경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은행의 파산이나 데이터 손실과는 상관없이 사용자의 거래 기록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결국 사용자는 안전하게 돈을 관리하는 다른 방안을 찾았기 때문에 중간자에게 본인의 신원과 금융 정보를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되어 개인의 금융 거래 권한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시를 든다면 Web 3.0 인터넷 브라우저 Brave는 구글 크롬이나 사파리 같은 기존 웹 브라우저 보다 효과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광고를 차단해 줍니다. 만약 사용자가 브레이브 브라우저를 통해 광고가 노출되는 것을 허용하면 광고 노출에 따른 보상을 BAT(Basic Attention Token)으로 제공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정산하는 방식에 대한 신뢰를 주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왜 Web 3.0이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개념일까?
먼저 창작자의 권한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었는지 아셔야 합니다. 이전에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카메라와 기술을 갖추고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고, 일반 사람들은 단순히 시청만 가능했습니다.(읽기)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유튜브에 올릴 수 있습니다.(쓰기) 또한 그 영상을 아직 완전히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권한 강화)
이 밖에도 포토샵, 블렌더와 같은 그래픽 편집 도구, Wix와 같은 웹사이트 제작 플랫폼, Kindle Direct Publishing와 같은 디지털 출판 플랫폼 등을 이용하면 비 전문가들은 전문 지식을 학습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뛰어난 양질의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즉, 기존 소수의 전문가들의 성벽은 허물어져 가고, 다수의 준전문가+a가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디테일이 요구되는 분야는 그 성벽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또 AI 툴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그 커다란 왕국의 성벽조차 무너지고, 그 무너진 돌은 다시 다수의 준전문가들의 성벽의 재료로 쓰이게 됐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일반인들에게 이전에는 크고 먼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도 쉽게 정복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권한 강화)
출처 : Fortnite
출처 : Zepeto
여기서 메타버스가 등장합니다. 가상 세계 구축은 이미 개발된 툴로도 많은 비용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에게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이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원합니다. 포트나이트, VRC,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이 그러한 예시입니다. 그리고 이 중 절반 이상의 플랫폼이 플랫폼 자체에서 수익을 배분해줍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계관 제작은 훨씬 방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을 중앙 기업이 배분하는 형태로 받는 형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권한을 넘겼고, 책임을 넘겼으니, 창작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소유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도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Web 3.0 철학과 메타버스가 연결되어 거론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메타버스 기업은 기본적인 시스템과 공간만 제공하고, 그 위에 구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일정의 수수료만 가져가며, 나머지는 창작자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것이죠.
Web 3.0을 가능케 하는 기술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분산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도입할 수 있게 되고, 그것으로 창작자는 직접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산의 소유권을 오롯이 자신이 가지게 되기 때문에, 해당 메타버스 플랫폼이 사라지더라도 자신의 자산은 재 사용 가능한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위에서 실행하는 모든 것이 트랜잭션으로 분산된 장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제 3자(중간자)없이 계약 거래를 할 수 있게 되고, 이 계약 거래는 투명한 프로그래밍된 코드 내용으로 자동적으로 거래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중앙 기업에서도 창작자들을 강제로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한계점과 극복할 사안들
지금까지는 메타버스에 Web 3.0 철학을 결합하여 창작자의 권한을 강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젠 그 한계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거기서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는 것을 트릴레마라고 부르는데요. 즉, 세 가지 선택지나 옵션이 제시되지만 세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상황을 뜻합니다. 이 트릴레마의 문제점이 블록체인에도 적용됩니다. 블록체인은 확장성(Scalability), 보안성(Security), 탈중앙성(Decentralization) 중 적어도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트릴레마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Web 3.0 게임은 아직 완전히 블록체인 위에서만 개발하고 운영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블록체인 위에서 하나의 게임이 돌아가기에 필요한 프로토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Web 2.0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게임의 재미를 위해 Web 2.0에서 게임을 만들고, 일부 요소들은 웹3에서 개발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Web 3.0 제품은 기술적으로 Web 2.0 제품과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Web 3.0 제품은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하면 자체 데이터 저장소를 만들거나 투자하지 않아도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또 다시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중앙 기업의 가격 변동이나 정책 변경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창작자의 권한이 통제됩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중앙화된 데이터 저장 및 처리 기술의 개발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스토리지와 컴퓨팅 플랫폼 등이 발전하여야 합니다.
게다가 블록체인 트릴레마가 아니더라도 Web3.0 메타버스엔 극복 할 사안들이 많습니다. 위에 Web 3.0으로 제작된 메타버스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창작자의 콘텐츠와 에셋은 재사용 가능하다고 이야기되었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자산을 다른 곳에서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주로 표준화와 상호 운용성 부족 때문입니다. 현재 각 플랫폼이나 메타버스는 자체적인 데이터 형식과 규약을 가지고 있어, 이를 다른 플랫폼에서 직접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다른 환경으로 옮기거나 활용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에셋의 유연한 이동과 재사용을 지원하는 표준화된 규칙과 기술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즉, 이처럼 Web3에서 완벽한 탈중앙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힘의 분산과 권한의 강화를 목표로 하여, 점진적으로 탈중앙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작자들의 영향력의 크기만큼 그 권한 또한 강화될 것이고 블록체인의 기술 또한 발맞춰 발전할 것 입니다.
마무리하며
출처 : Nexon
‘사용자의 권한은 점점 더 강화된다’ 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Web 3.0, 블록체인, 메타버스까지 서로의 위계를 정리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의 새로운 혁신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와 한국의 컴투스,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 회사들 역시 웹 3.0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넥슨은 최근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Web 3.0 게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확장을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소유하는 형태의 가상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그곳을 VR HMD와 같은 몰입형 기기로 접속하게 된다면, 소유한다는 개념이 얼마나 잘 이해될까요? 아직은 무엇도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이것 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발전한다’
[작성자: 서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