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겨울이 다가왔으며, 또한 24년의 끝이 보이는 요즘입니다. 길거리에서 캐롤이 들려온 지도 이제 좀 된 것 같고, 강원도에서는 이미 이번 겨울의 첫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가온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 날, 여러분은 24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거나 25년의 시작을 기념할 여행을 계획 중이신가요?
혹시, 가상 관광지로의 여행은 어떠신가요?
지도에 없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
prompt: ((Flat illustration style)) people sunbathing in VR headsets - by Dreamer.Lab24
물론 지금 당장 가상 공간에서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곳은 아직 없습니다. 비슷한 걸 생각해보자면 어떤 게임 속의 특정 장소일까요? 또는 특정 홈페이지를 예로 들 수 있을까요? 깊게 파고들기 힘들죠. 하지만 이는 꽤 아이러니합니다. 가상 공간은 지극히 비일상적이고, 수많은 취미를 담고 있는 공간 아니던가요? 남는 시간에 유튜브를 시청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웹 서핑은 거의 습관처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특히 한국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언권이 상상 그 이상으로 실체화된 사회입니다.
그런데도 왜 ‘관광’ 이라는 단어는 아직 가상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이를 위해, 차근차근 가상 공간에서의 관광을 이해하는 단계를 밟아봅시다. 가장 첫 단계로는, 현실 공간에서의 관광을 먼저 알아야겠죠.
관광 개념의 역사: 간단명료하게
말 그대로 개념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읽으신다면 이후의 글들이 더욱 재미있겠지만, 필요에 따라 skip 하셔도 글 전체에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Tour_ 관광의 자연 발생 단계
Tourism_ 관광업의 발명
Mass Tourism_모두에게 익숙해진 관광
관광지: 관광 개념이 수렴한 곳
by DALL-E 3
위에서의 이야기처럼 관광 자체는 역사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명확히 정립되었다 할 수 있겠지만, 관광지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이 축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근간이 상업성, 즉 ‘돈’에 있는 만큼 최근에 집중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그것들을 지금 엄밀하게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앞의 ‘관광 개념의 역사’와 연계될 배경 지식만 우선 요약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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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에서 부르주아, 부르주아에서 일반 서민까지 관광 개념은 보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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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관광이 유의미한 사업이 된 것은 규모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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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관광 개념은 200년이 채 되지 않아서 수많은 요소로 분화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과연 가상 공간이 관광지가 될 수 있는지, 되면 무엇이 좋은지 등을 알기 위해서는 현실의 관광지에 대한 현상 분석이 최우선입니다. 이에 우리는 ‘사람들이 왜 이 공간을 관광지로 선택하는지’와 ‘어떤 유형의 관광지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선택 요인: 역사적 가치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이자, 가장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어떠한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어떠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 다만 앤틱-골동품과 달리 그 규모가 건물과 지역 수준이기에, 그것은 역사적인 관광지로 불립니다.
1.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인 역사적 관광지
울돌목 스카이워크. 출처: 해남군
모든 공간이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관광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역사적 관광지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하나의 큰 사건 또는 상징이 지금까지 보존되거나, 무수히 많은 일상들이 쌓여 하나의 분위기가 되는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배를 몰기 어려웠던 울돌목은 이순신 장군의 대첩의 배경으로 유명세를 얻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본으로 유명한 칼레는 그 5명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지금도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특정적인 범위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역사적 상징과 달리 거리, 지역, 동네 등의 형태로 나타나죠. 하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거나, 과거의 문화가 보존되고 있는 편입니다. 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은 물론 국내의 한옥마을 등이 그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2.
공권력 차원의 관광지화
그런 이유로 인해 유난히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관광지화가 자주 이뤄집니다. 유적지가 있다면 직접 팔을 걷고 관광지로 만드는 편이며, 그 유적지들은 당연한 것처럼 국유지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와 같이 공권력의 관리 및 범주화가 이뤄져야만 역사적 가치가 더욱 유의미해지기도 하죠. 특히 역사적 관광지들을 생각해봅시다. 어린이들과 외국인들이 정말 많죠. 어린이들에게 역사적 관광지는 실질적인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에게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라면 외국의 역사는 충분한 컨텐츠가 되는 것이죠.
3.
유형: 랜드마크 / 박물관 / 구역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역사적 관광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떤 오래된 건물 또는 상징은 역사적인 랜드마크로 작동하며, 그 주변에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맥락이 자리잡습니다. 한편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존재한다면, 이들을 한데 모아 박물관이라 칭합니다. 박물관은 널리 퍼져 있는 역사적 맥락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한편 랜드마크나 박물관이 없다면 그 주변 공간 자체가 역사의 한 켠을 나타내는 구역의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행정가들이 직접 관광특구 등의 구획을 정하고 이름을 붙이면, 그제서야 일반인들에게도 해당 공간이 관광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체 왜 이 곳이 역사적인 관광지로 정해진 거야?’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도시 관광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선택 요인: 문화적 가치
유적지 또는 박물관 처럼 역사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이유들로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영감 또는 방문 동기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을 문화적 관광지라 해봅시다.
1.
유명인으로부터 조성된 문화적 관광지
출처: 서울시 공식블로그
국내 사례부터 보자면, K-pop과 BTS로 대표되는 한류는 외국인의 한국 관광에 있어 주요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출생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 리버풀,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 그레이스랜드 등은 적극적으로 아티스트의 유명세를 이용하며, 이는 음악 뿐 아니라 피카소, 달리,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등의 미술가와, 베르테르, 셰익스피어, 최근에는 한강 작가까지, 문화적 유명인들과 관련된 공간이 문화적 관광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인위적으로 조성한 문화적 관광지
그러나 어떠한 유명인이 없더라도, 그 공간 자체의 가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주 최근에 그림을 그렸지만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타거나, 단지 어떠한 거리와 어떠한 마을, 어떠한 공간이 아름다워서 문화적 관광지로 인정받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의 극한은 역시 만들어진 관광지라 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자체들이 무수히 많은 돈을 들여 동상을 만들고, 테마거리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패사례들이 뉴스에서 자주 부각되어서 문제일 뿐이죠.
3.
그만큼 다변화된 문화적 영향력
한편 ‘만들었다’고 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당 공간의 문화적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국가적으로 또는 국제적으로 관광지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크게 부각받지 못하던 도시의 한 동네가 국내 예술가들의 성지가 되기도 하며, 붉은 벽돌 건물을 늘리고 서울숲을 조성하니 성수동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대폭 증가했죠. 하다못해 경리단길의 유명세에 편승하기 위해서인지, 정정당당하게 벤치마킹한 것임을 알리는 것인지, 거리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국군재정관리단에서 비롯된 그 어원을 무시하고 ‘~리단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자연환경도 넓게 보면 문화적 관광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4.
유형: 랜드마크 / 도시 / 자연 / 등등…
이처럼 문화적 관광지는 역사적 관광지와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 관광지가 관광지일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 시간이 아닌 문화적 영향력인 것이죠. 역사적 관광지는 대부분이 인정하거나 국가 차원에서의 계획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문화적 관광지는 객관적인 지표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 관광지로서의 수명은 역사적 관광지보다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요인과 문화적인 요인이 겹치거나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유의미하게 ‘관광지 자격을 잃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여, 최근에 인위적으로 세워낸 랜드마크더라도, 그 가치는 역사적인 유적 그 이상에 필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에펠탑은 역사적 관광지와 문화적 관광지의 경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으며, 21세기에 세워진 수많은 마천루들은 그 자체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도심의 분위기 자체가 상징이 되어 관광지가 됩니다. 뉴욕의 맨해튼은 누구도 그 섬 전체가 관광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제 각국의 주요 도시들은 ‘도시 관광’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관광지는 문화라는 개념 자체의 다양성에 힘입어 그 유형 또한 다각적으로 진화한 상태입니다.
선택 요인: 여가적 가치
역사와 문화가 관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과거 나폴레옹마저도 이집트를 관광 목적 하에 원정 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죠. 하지만 관광이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과거를 벗어나, 충분한 돈과 적절한 여유시간이 생긴 모두가 관광을 갈 자격이 생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현대적인 관광지의 유형이 부각되었습니다. 바로 여가를 위한 관광지입니다.
1.
관광 개념 보급화의 선두 주자
물론 로마 시대에도 여가를 위해 일상 공간에서 멀어진다는 개념은 존재했습니다. 귀족들은 섬에 별장을 짓고 휴가를 갈 때마다 항상 그곳에서 파티를 열고는 했죠. 하지만 관광업이 흥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서비스로 이용하게 되면서 그들의 관광 욕구를 수용할 전문적인 관광지가 필요해졌습니다. 따라서 특정 공간들은 직접 관광지를 자처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환경이 좋거나,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거나, 문화적인 영향력이 있거나 하면 분명 시너지가 존재했지만, 그 모든 요소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휴식’이었습니다.
2.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
노동과 여가의 상관관계는 경제학적으로나 사상적으로나 다양한 관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여가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 누군가는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누군가는 그냥 바닷가에 누워서 몸의 긴장을 전부 풀어버리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단지 호텔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해도 그 자체로 행복해합니다. 문화적 요소가 관광지의 공간 유형을 다양하게 만들었다면, 여가를 위한 관광지는 이제 관광지의 보편적인 정의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호캉스’라는 개념은 단지 호텔과 좋은 뷰라는 두 개의 요소만으로 관광지가 성립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으며, 역사적인 요인으로 관광지가 된 곳이 지독하게 상업화되며 오히려 현재 여가만을 위한 관광지로 전락하는 현상은 그닥 좋은 눈길을 받지 못합니다.
3.
유형: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관광지 정의의 불분명함은 오히려 관광업계 입장에서 호재가 되기도 합니다. 여행 코스를 짤 때,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곳과 문화적으로 유명한 곳, 그리고 단지 휴식하기 좋은 곳까지. 다양한 밸런스를 고려하여 오히려 낮은 원가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관광의 범위가 넓어지니 자연스레 관광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근본론적이고 원시적인 ‘탐험’만을 관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천만원을 내고도 북극 주변 오지에 방문하여 전세계 인구의 0.001%도 하지 못했을 것 같은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이제 서비스 대상의 일종이 된 것이죠.
그렇다면 가상 공간에서 관광은?
가상 공간이 관광지 개념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지금까지 알아본 현실의 관광지 모습에서 비롯됩니다. 관광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보급화되었고, 관광지라는 개념은 폭넓게 확장되어, 이제는 매우 많은 공간들이 관광지로 불리거나 관광지로 작동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확장된 공간인 가상 공간은 관광업이 점령할 마지막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보급화가 된 개념이라면, 지금 보급화가 급선무인 XR 가상 공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재 가상 공간에서의 관광 개념은 매우 미미합니다. 하여 왜 그런 것인지, 그래도 어떤 것이 관광 개념과 유사한지, 확인해봅시다.
역사: 없다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현실에서의 관광지는 대개 역사적으로 무엇인가 내 보여줄 것이 있거나, 어떠한 전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화들이 전부 관광지의 유명세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상 공간의 존재는 가장 오래된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1990년경 인터넷의 발명 및 공개가 유의미한 최초의 역사입니다. 수많은 유적지가 몇백년은 물론 몇천년의 시간도 담고 있는 것과 엄청난 비교가 되는 것이죠.
객관적으로 공간 또는 오브젝트의 가치를 갖게 하는 것이 오랜 시간을 버텨냄이지만, 가상 공간은 그 보존 및 건재함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건물이나 맵 하나를 모델링 하는 데에 몇백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필요에 의해서 제작자에 의해 순식간에 삭제되고 복구되는 것이 가상 공간이니까요. 이 때문에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대략 10-20년 즈음 유지된 가상 공간이더라도 그 가치가 현실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현실 존재가 아닌 허상의 일종이라는 한계를 해결할 수 없는 가상 공간의 문제점이죠.
반례. 사건을 중심으로 만들자!
다만 극히 드문 경우로 가상 공간이 유의미하게 관광지의 형태를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규모 온라인 게임은 짧은 시간 안에 높은 밀도로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실보다 더욱 적은 자원으로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위치하게 할 수 있죠. 이 조건 하에 이따금 게임에서도 역사적 사건이라 부를 수 있는, 정확히는 역사라고 하면 역사라고 인정할 수는 있는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들자면, 리니지2에서 일어난 바츠 해방 전쟁과 이브 온라인에서 발생한 B-R5RB 전투가 있죠. 바츠 해방 전쟁은 2004-2007년 리니지2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쟁 컨텐츠로, 게임사가 직접 제작한 스토리를 따른 선형적인 사건이 아닌, 고정된 게임 시스템 속에서 축적된 유저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참여자는 만 명 단위였으며, 4년에 걸쳐 크게 두 번 진행되며 무수히 많은 게임 내 재화와 현금이 소모되었습니다. 이브 온라인의 경우는 그것보다 더욱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우주 전쟁 게임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투에서 소모된 돈은 한화로 약 3억 5천만원.
이 둘은 워낙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숱한 게임 매체에서 이미 많이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죠. 지금은 심각한 매너리즘으로 인해 유저와 회사, 게임 모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NC소프트지만, 2014년에는 10주년을 기념하며 게임 내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브 온라인 게임사 CCP는 게임 내에 직접 이 사건을 기념하는 명소, 거인들의 전쟁을 제작해 유저들의 방문을 가능케 했죠.
‘거인들의 전쟁’ 구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투 당시 파괴된 모습 그대로 보존된 파편
이처럼 현실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인원 또는 자금이 사용된 대규모 사건들이 발생한 경우에는, 게임 내 역사에서 비롯된 게임 내 관광지들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전부 게임사라는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의 개입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일로, 만약 그들이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해당 공간은 기념될 수 있었겠으나 관광지로 자리잡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문화: 임시적이거나 한계적이다
현재 인터넷 문화의 파급력을 생각해본다면 가상 공간에서의 관광지가 있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화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관광지라 할 만큼 지속성과 상징성을 갖춘 가상 공간은 많지 않죠. 사람들이 꾸준히, 직접 찾아가야 하는데, 가상 공간에서의 상징적인 컨텐츠들은 그 수명이 현실의 관광지와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짧기 때문입니다. 비교하자면 이는 마치 팝업스토어와 같다고 할 수 있겠죠.
또한 가상 공간의 보편적인 구조 또한 관광지 개념의 도입을 어렵게 합니다. 인터넷의 특정 페이지 또는 특정 서버의 특정 맵의 특정 부분이 그나마 관광지처럼 상징적인 맥락을 갖출 수 있는데,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해당 가상 공간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URL 공유를 통해 그 즉각적인 접속은 더할나위 없이 쉽지만, 오히려 URL은 문자와 숫자의 조합에 불과하기에, 자연스러운 유입이 불가능합니다. 링크 속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그 링크를 마음 놓고 클릭할 수 있는 것이죠. 현실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관광지와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노션 등지에서도 북마크, 임베드 등의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례: 밈의 근본을 찾자!
그래서 이번에도 운영자들이 나서게 됩니다. 가장 쉬운 것은 그저 링크들을 모아두는 것이겠죠. 네이버 지식iN은 오랫동안 운영된 지식공유 및 문답 서비스로, 수많은 정보들과 밈들이 생산된 이력이 있습니다. 이에 네이버 측은 ‘성지’라는 이름으로 지식iN에 올라온 문답 중 재미있고 신기한, 무엇보다 사람들이 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내용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이 성지 개념은 사실 네이버의 적극적인 개입 이전에도 각 서비스들에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밈으로 돌아다니는 게시글들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면 ‘성지순례 왔습니다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같은 댓글들이 최근 날짜에도 달린 것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고, 유튜브의 첫 영상이나 유튜브의 밈 영상 등은 여전히 ‘2024년에도 보고 있는 사람?’과 같이 해당 페이지에 같이 존재할, 또는 앞으로도 그 페이지에 방문할 이들과 상호작용하려는 유저들의 몸짓을 확인할 수 있죠.
다만 이러한 경우는 본격적으로 확장 공간이라 말할 수 있는 VR 컨텐츠 등에서는 전무합니다. 그나마 앞에서의 게임 속 명소 정도가 존재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죠.
선택지: 현실을 재현하기
이에 VR 가상 공간 제작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바로 현실을 그대로, 또는 조금 더 낫게 재현하는 것입니다. 분명 VR과 같은 가상현실 하드웨어의 특장점은 접근성입니다. 멕시코 칸쿤은 명실상부 휴가철 성수기를 누리는 관광지이지만, 그만큼 값이 비싸고 사람이 북적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VR에서 칸쿤을 유의미하게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제 VR 유저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 안의 선베드와, 실내 태닝 기계가 되겠죠.
DUG의 [RealVRFishing]이 인기를 몰았던 이유 또한, 단지 낚시 게임으로서의 재미 등이 전부는 아닙니다. 낚시와 같은 여가 활동을 VR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재현된 여가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과, 비교적 적게 들어간 자원을 생각했을 때, 유저들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이는 마치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관광업이 흥행하기 시작한 것과 유사합니다. 철도보다 항공기를 이용한 관광이 효율적이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관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죠. 다만 현재 VR의 문제는 1인용 경험이라는 것. 하여 관광 개념의 행보에서 VR을 비롯한 확장현실 개념은 참고는 하되, 동일하게 성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론: 가상 공간의 관광지 되기란
훗날 인류가 대략 2080년까지 생존하여, 화성 관광이 보급화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화성에는 관광지가 있을까요? 놀랍게도 이에 대한 고민을 미리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달과 화성 등의 지형에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죠. 탐사선 퍼시비어런스 호의 착륙지에는 소설가 옥타비아 E. 버틀러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패스파인더의 착륙지점은 본격적으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추모하기 위해 칼 세이건 추모기지로 이름을 붙였죠. 그리고 가장 유명해질 지구 외부의 관광지는, 아마도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공간의 확장과 교통/통신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관광업이 성립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반대로, 공간이 확장되면 당연한 듯이 관광지화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죠.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보면, 가상 공간에서의 관광지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입니다. 어떤 가상 공간이 관광지가 될 수 있으며, 현재 어떤 형태로 가상 공간에서의 관광이 유사하게나마 이뤄지고, 앞으로 어떤 가상 공간이 관광지가 되어야 가상 공간, 특히 확장 현실 속에서의 가상 공간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의 미래에 달과 화성에서의 관광업이 시작할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를 보면, 그것이 설령 편도 티켓 뿐이더라도 어떻게든 시작은 하고자 하는 듯 합니다. 솔직히, 제가 우주를 너무 좋아하긴 하는데요, 목숨값으로 우주 관광을 갈 바에는 가상 공간에서 그 82% 정도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야심만만한 탐험가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상 공간에서의 관광지에 대한 연구는 필요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다시 묻겠습니다. 가상 공간은 관광지의 꿈을 꾸어도, 될까요?
[XREAL 신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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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