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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또 다른 세상을 향하여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상을 실체화하고자 했습니다. 글, 그림을 넘어 영상, 그리고 게임까지,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현실과 같은 자유도와 몰입감, 그러면서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것들을 구현하고 싶다는 열망. 이는 소설 스노우 크래시로, 애니메이션 작품인 소드 아트 온라인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MMORPG 게임인 울티마 온라인과 이브 온라인으로, 가상현실 소셜 플랫폼인 세컨드 라이프로 꾸준히 그리고 더 세세하게 표현되어 왔습니다.
이와 함께 VR 장비의 발전으로 사용자들이 가상현실을 더욱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가상현실의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짐과 동시에, VRChat의 인기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겨나는 현상은 예로부터 표현되어 왔던 가상현실을 향한 발전이 순조로울 것을 시사하는 것만 같았지만 지금까지도 신규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으며 초창기 VR 명작들이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큰 흐름 없이 VR 시장은 정체되어 왔습니다.

VRChat, 그리고 VR 시장의 정체기

때는 2017년, VRChat이 앞서 해보기 기능을 통해 Steam에 무료로 출시가 됩니다. 데포르메 풍 그래픽을 베이스로 하여 VR 기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유저들 또한 개발자와 동등한 수준에 가까운 자유도로 아바타와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었기에 기존의 서비스들과는 다른 큰 차별점을 보여줬습니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에 대해 판타지가 있는 서브컬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유입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브에서 VRChat을 필두로 한 영상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영상들 중 자신만의 아바타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수다를 떨며 노는 모습 중 재미있는 부분들을 편집하여 개시한 영상들이 주로 인기를 끌었죠.
위와 같은 영상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VRChat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열망과 호기심을 가진 유저들이 VRChat에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VRChat은 무료이면서 동시에 VR과 PC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했기에, VRChat을 시작하는 데 있어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VRChat에서는 다양한 유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더 깊은 관계의 형성과 함께 다양한 집단들이 생기게 되며 더 이상 이들에게 VRChat은 단순한 온라인 게임이 아닌, 친밀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와 동시에 2016년도에 출시되었던 HTC VIVE가 점점 각종 B2B, B2C 박람회 등에 종종 모습을 보이게 되고 특히 게임 박람회를 통해 많은 게이머들이 VR을 직접 체험해 볼 기회가 늘어났으며 한국의 경우 여러 지정학적 특성상 VR 방의 접근성이 좋아지며 서서히 대중들에게 VR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죠.
출처: 헝그리앱
당연히 이러한 영향은 VRChat에서도 영향을 주었으며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VR 플레이어가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PC 유저의 비중이 높았기에 VR 하드웨어의 차원이 다른 조작의 자유도는 마치 캐릭터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이 때문에 어디를 가든 VR 유저는 인기였습니다.
이를 통해 VRChat에서는 PC 유저들이 VR 기기를 간접 체험하게 되는 경우가 늘며 이는 PC 유저들에게 다른 VR 유저들처럼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을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이를 통해 이미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더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싶은 심리를 자극했으며 이 때문에 VR 기기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점차 더 증가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요소 이외에도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었지만 이미 형성된 사회적 관계라는 매몰 비용이 당시 100만 원이 넘는 VR 기기의 가격보다도 더 가치 있었고 그렇기에 이들의 VR 기기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단순히 내 눈앞에 실체화되어 있지 않아도 실감 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간편함을 넘어, 현실에 실존하지만 얻기 어렵거나 아예 실존하지 않는 경험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만이 VR 시장에서 꾸준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사람과의 만남,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외형과 성별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 등.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만이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작 예로부터 표현되어 왔던 가상현실을 표현한 VR 콘텐츠는 아직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VR 시장은 과거 다양한 작품에서 표현되어 왔던 가상현실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방향성을 추구해야 할까, 하드웨어가 발전해서 더욱 현실감 있는 그래픽과 개선된 착용감, 이것을 넘어 아직은 꿈과 같은 기술인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과 같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도달할 부분이며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답입니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는 훨씬 이른 시점인, 아직도 정체되어 있는 채 이렇다 할 방향성을 잡지 못해 혼란에 빠져있는 지금 시점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VR 하드웨어와 인간의 특성에 대하여

VR은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하드웨어 중 가장 인간적인 하드웨어입니다. 여기서 인간적이라 함은 인간의 행동을 최대한의 밀도로 인식해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하고 반대로 가상의 것을 최대한의 밀도로 인간에게 느끼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출처 <VIVE>
그러나 더 밀도가 높을 뿐 가상을 구현하고 이것을 유저가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VR뿐만 아니라 PC, 모바일 하드웨어 역시 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현시점에서는 VR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여러 요소들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에, VR 기기는 PC 그리고 모바일 콘텐츠와 경쟁 해야만 합니다. 그러기에 VR은 PC, 모바일과 단순히 VR을 사용했을 때 더 좋아지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VR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수요를 찾는 것이 첫 번째 과제로서 다가오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VR은 가장 인간적인 하드웨어이며 이는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비언어적인 정보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며 이러한 정보가 거의 손실되는 PC, 모바일에 비해 VR은 비언어적인 정보를 더 많이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유저에게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영향을 주며 기존의 하드웨어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게 됩니다. 밀도 높은 커뮤니케이션 경험은 분명 VR 콘텐츠의 핵심 가치이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발생 시키게 할 것 인가, 이것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VR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란

VRChat은 풀트레킹 기술을 이용해 전신 움직임을 가상현실에 투영하는 것을 넘어 유저간의 물리적인 접촉까지 가능했기에 현재까지의 VR 콘텐츠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VRChat의 성장이 멈춰버린 이유는 유저들간의 공통된 관심사와 경험을 유도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VRChat에서 친구가 없었던 출시 초기와는 다르게 현재는 오랜 기간 VRChat을 플레이한 유저들과 신규 유저간의 게임 내 친구 수에 대한 차이가 매우 극단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많은 월드와 아바타는 다른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유저들이 다른 유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함이 유저들이 접속하는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로인해 VRChat에는 한 가지의 문제가 생깁니다.
기존의 VRChat 유저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퍼블릭 맵에서 비매너 유저들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찾을 이유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기존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친구를 통해 새로운 친구와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VRChat에 접속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신규 유저의 경우 위와 같은 이유와 함께 퍼블릭 맵에 있는 다른 유저들과의 공통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으며 제작자 측에서 다양한 유저들이 함께 공통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로 유도하는 부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으며 이 때문에 신규 유저들이 VRChat을 즐기기 위해 오히려 VRChat 외부의 커뮤니티, X 등에서 사전 관계를 형성한 뒤 VRChat에서 만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반면 고릴라 태그의 경우 VRChat보다 콘텐츠의 자유도와 잠재력 자체는 약했을지 몰라도 콘텐츠의 구조상 계속해서 새로운 유저들을 만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유저를 유도해 줍니다. 이와 함께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논리가 잘 적용된 조작 방식과 팬데믹, 스탠드 언론이라는 수혜를 입으며 초기유저들을 모으게 됩니다. 이는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왕성한 활동력과 또래 친구와 함께 놀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지 못했던 초등학생 유저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으며, 이들은 고릴라 태그라는 규칙 속에서 함께 경기를 즐기고, 고릴라 태그에 대해 이야기 하며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유튜브, 틱톡 등으로 퍼져나가 저연령층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유입,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며 더 이상 고릴라 태그는 단순히 술래잡기 게임이 아닌 하나의 소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일일 활성자 수 100만 명 이상이라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유저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줄기를 제작자가 제공해 줌으로서 이것을 통해 다양한 유저들이 커뮤니케이션할 기회를 만들고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보다 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만 VR이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를 통해 유저들이 마치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이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현실적이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과연 현실과 똑같기만 하다면 그것이 정말로 좋은 것일까? 만약 현실과 완전히 똑같은 가상현실이 있다면 단순히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허리를 숙인 채 손을 뻗어 잡아야 하는 불편함부터, 무언가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까지, 현실의 단점 또한 그대로일 것입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표현되어 왔던 가상현실은 현실과 똑같은 것이 아닌, 현실과 같이 그 세계의 고유한 법칙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합리성이라는 부분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이것을 유저가 합리적이라고 느끼고 납득하게 된다면 비로소 유저는 현실감을 느낌과 동시에 가상현실을 이용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에 VR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구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이것을 유저들에게 납득 가능한 형태로 포장하고 유도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가상현실, 또 다른 세상을 향하여

근래까지도 출시되는 많은 VR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VR 콘텐츠로 제작되었음에도 유저들로 하여금 이것을 VR로 이용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VR 콘텐츠의 논리는, PC, 모바일 그 외에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기존의 매체에서 사용하던 논리를 그대로 VR에 적용하려는 현상은 시장이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VR 시장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올바르고 명확한 방향성에 가까워질 것 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의 미래에 만나보게 될 또 다른 멋진 세계들은 무엇이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작성자: VR Native]
참고자료
젤다는 재미있고 유비식 오픈월드는 재미없는 이유
사람들은 오픈 월드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로 높은 자유도를 꼽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의 자기결정성 이론, 그리고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우리에게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00:00~01:32 서론 (1)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게임이란 01:32~03:55 서론 (2) 자발라 사령관과 조엘의 죽음 03:55~04:29 (과)몰입의 가능성과 가상 현실로서의 게임 만들기 04:29~07:03 오픈 월드 게임, 울티마에서 (재미없는) 호그와트 레거시까지 07:03~09:40 두 편의 강연 (1) 자유의 오류: 자기결정성 이론의 관점에서 09:40~14:45 두 편의 강연 (2) 인력과 삼각형: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레벨 디자인 14:45~16:30 결론: 티어스 오브 더 킹덤, 그리고 놀이로서의 게임 참고자료: CEDEC 2017,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강연 보도 https://www.4gamer.net/games/341/G034168/20170901120/ GDC 2017, The Freedom Fallacy: Understanding Player Autonomy in Game Design https://youtu.be/kBSB2X4Sbak BGM: GameChops - Zelda & Sleep https://youtu.be/MTrZXHaXPrU Beyond The Guitar - THE LAST OF US Classical Guitar Cover https://youtu.be/OA61t6KOTx0 *본 비디오 에세이는 문학·예술적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베른 협약을 준수하고, 공정 이용의 범주 내에서 각 저작물을 인용하고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락된 출처, 저작권 주장은 연락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준호의루돌로지 #게임분석 #오픈월드 #비디오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