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카드사들의 특허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을 알고 있으신가요? 가장 많은 특허를 등록한 카드사는 BC카드로, 지난해 BC카드가 출원한 기술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 토큰(NFT) 금융 서비스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중고 거래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영수증 NFT’와 금융사 전산장애 발생 시 자산 내역을 증명받을 수 있는 ‘자산인증 NFT’ 등이 있습니다. 이어서 신한카드도 자연재해로 네트워크 단절이 발생해도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를 기반으로 송금 및 결제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수많은 특허를 등록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카드사와 NFT, 블록체인의 조합이 낯설지만, 곧 카드를 쓸 때 영수증 NFT를 보관하고 디지털 지갑을 쓰는 등의 모습이 흔해질 수도 있진 않을까요? 그래서 카드사들이 이토록 분주하게 새로운 소비 형태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가상 공간에서 소비의 형태는 어떻게 달라질지,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몰입형 경험 중심 소비
가상 공간에선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했던 몰입형 경험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는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더 생생하게 체험하거나 제품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고,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출처: 구글 뉴스룸
대표적인 예시로 가상 시착 및 체험을 통한 소비가 있습니다. 만약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사용하는 듯한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우리가 구매 결정에 들이는 리소스는 현저히 줄고 구매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요? 최근 들어 나와 체형이 비슷한 모델의 착용 사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구글의 생성 AI 가상 시착 기능인 ‘Try-on models’ 기능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해당 기능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모델을 골라 가상으로 옷을 입혀 봄으로써 실제 내가 해당 옷을 구매해서 입었을 때 어떻게 보일지 보다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객의 59%가 ‘구매하고자 하는 옷이 내 몸에서는 달라 보일 것이기 때문에 불만족스럽다’고 답했고 42%는 ‘온라인 옷 모델은 내 몸을 대표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하죠. 그렇다면 실물 옷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전 가상 공간에서 나의 몸에 옷을 시착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옷을 가상으로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 방식이 생겨날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가상 공간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가상으로 입어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가진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상 공간 속 ‘팝업 스토어’에서 브랜드의 역사, 가치, 제품 제작 과정 등을 생생하게 경험한다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개인에게 더 맞춤화된 몰입형 소비로 소비 형태가 옮겨갈 수 있습니다.
가상 공간 커뮤니티에서의 소비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새로운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정보 공유, 공동 구매, 제품 개발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합니다.
출처: 나이키 아티팩트
나이키가 인수하여 큰 화제를 모았던 아티팩트 스튜디오(RTFKT Studios)를 아시나요? 아티팩트 스튜디오는 가상세계에서 쓰이는 가상 운동화와 각종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디지털 아티스트를 내세운 NFT 가상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7분 만에 310만 달러의 판매고를 올리며 이름을 알린 바 있습니다. 아티팩트 스튜디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커뮤니티 구축’입니다. 아티팩트 스튜디오는 관심사가 비슷한 전 세계의 2D/3D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개발자, 일반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구축했습니다.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구성들은 직접 제작한 스니커즈 디자인 파일들을 공유하며 소비자이자 팬인 관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디자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아티팩트 스튜디오는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처럼 가상 공간에서 나와 맞는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시각화하여 공유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함께 만드는 적극적 소비자의 모습은 머지않은 듯합니다.
가치 중심 소비의 확산
미래에는 단순한 물질적 가치를 넘어, 경험, 소통, 자기표현 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아트, 아이템, 캐릭터 등의 NFT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표현의 욕구 충족을 떠올리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아바타 경제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설명 가능하죠. 하지만 NFT와 블록체인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치 중심 소비의 핵심 기술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Z세대 10명 중 8명은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가상 공간을 차지하는 브랜드들에게 더 투명하게, 더 좋은 방향으로 경영하고 생산할 것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Ukraine DAO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탈중앙화 시스템은 이러한 가치 중심 소비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던 ‘Ukraine DAO’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닮은 NFT를 경매에 부침으로써 모금을 진행했는데, 블록체인의 특성 덕분에 기부 명단과 모금 현황이 모두 실시간으로 공개되었습니다. 또한 후원금을 사용할 용도와 전달 방식도 참여자들 간 투표를 통해 공정하게 결정되었으며, 참여자들에게는 기부액에 비례하는 토큰을 지급함으로써 가치 소비의 징표를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 상에서 소비가 이루어질 때, 소비자는 더욱 쉽게 가치 중심 소비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더욱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환경 문제,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상 공간과 이와 결부된 블록체인, NFT 등의 기술은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 트렌드를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 공간에서 소비자가 가져야 할 태도
가상 공간에서의 소비가 확대될수록 소비자는 자신이 더욱 몰입한 경험에 대해 소비하게 되고,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비 대상의 제작 및 구매 과정에 참여하며, 가치 중심 소비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상 공간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 소통, 가치를 제공하지만, 소비자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현명한 소비를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소비 형태의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적극적인 소비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작성자: 윤가영)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