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아마도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는 피크민 블룸을 이미 플레이하고 계시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이런 반응을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피크민 블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그야말로 난데없이 튀어나온 AR 게임 피크민 블룸의 흥행 소식입니다! 저도 놀람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최근 한달 정도 피크민 블룸을 열심히 플레이해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점, 아쉬웠던 점, 느꼈던 점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피크민 이라는 녀석들과 초면이신 독자분들을 위해, 이 작은 생명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출처 : 피크민 블룸 공식 사이트
피크민이란?
피크민은 닌텐도의 중요한 IP 중 하나입니다. 포켓몬, 마리오, 젤다 등과 마찬가지로 피크민에도 시리즈가 있고, 이미 4까지 성공적으로 발매를 한 상황입니다. 물론 비교 대상이 되는 닌텐도의 다른 IP들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특히 포켓몬이나 마리오 등은 모르는 사람을 찾기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그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피크민이라는 IP가 묻히는 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꽤 오래전부터 쇼트 무비, 4컷 만화, 색칠 공부, 종이 접기 등의 다양한 컨텐츠로 유저들을 유입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출처 : 피크민 가든
피크민 블룸은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피크민 IP를 모바일 AR 컨텐츠에 적용한 사례입니다. 현재 추세로만 보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가장 성공한 시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핵심 기믹
피크민 블룸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피크민 블룸은 사용자에게 밖에 나가서 좀 걸으라고 강요하는 게임입니다.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종에서 피크민을 부화시킨다
2. 부화한 피크민에게 정수를 먹인다
3. 정수를 먹인 피크민들에게서 꽃잎을 채취한다
4. 걸어서 꽃을 심고 코인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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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수 측정
피크민 블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크민" 과 게임 내 재화인 "코인" 입니다.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모종을 받습니다. 이 모종을 부화시켜야 피크민을 얻을 수 있게 되는데, 피크민마다 부화시키는데 필요한 걸음 수 가 각각 존재합니다. 게임 내 결제 이외에 코인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꽃 심기 또한 걸음 수 기반으로 측정이 되므로, 걸음 수 관련 예외 처리를 꼼꼼하게 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았을 경우
빠른 속도로 이동했을 경우
수집요소 천국
피크민 블룸이 유저에게 제시하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단연 수집 요소입니다. 수집 요소 중 하나인 데코 피크민은 발견된 장소에 따라서 다양한 데코레이션을 부착한 상태의 피크민입니다. 이러한 데코 피크민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의 종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피크민들과 친해지자
각 피크민에게는 하트로 표시되는 밀접도 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 밀접도는 피크민에게 이름을 지어주거나 다양한 활동을 하면 올라가는데, 하트가 4개가 되면 해당 피크민이 발견된 장소로 되돌아가 데코 를 착용하여 데코 피크민을 획득하게 됩니다.
즉 수집요소를 얻기 위해서는 각 피크민과의 밀접도를 높이는 호감작(?)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밀접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는,
1.
걸어서 꽃을 심을 경우 피크민의 밀접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코인까지 획득할 수 있습니다.
2.
내가 실제로 갔던 곳에 탐험을 보낼 수 있습니다. 즉 다양한 곳에 간다면 탐험을 보낼 수 있는 반경이 넓어져 더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탐험으로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피크민을 부화시킬 수 있는 모종을 가져오게 할 수도 있고, 정수나 꽃잎을 받을 수 있는 열매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3.
가장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탐험은 버섯 제거 입니다. 유저들은 랜덤한 장소에서 생성되는 버섯에 피크민 탐험대를 구성하여 버섯 제거를 할 수 있고, 버섯 제거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을 받게 됩니다.
4.
버섯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거나 특별한 장소에 탐험을 보내면 엽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엽서를 친구에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이때 엽서를 운반할 피크민을 골라 밀접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간단한 AR 기능
다음으로는 가장 기대했던 AR 기능입니다. AR 기능은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AR 모드를 키면 카메라가 켜져서 평평한 곳을 찾고, 현재 설정된 피크민들을 평평한 바닥에 불러옵니다. 곧바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와 연동시켜놓았기 때문에, SNS에 공유하기 용이한 기능이라 느껴졌습니다.
멀티플레이
주간 도전 기능은 기간 내에 주간 임무를 완료해서 보상을 획득하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혼자서도 주간 도전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쉽게 완료할 수 있는 성질의 도전이 대다수인 점, 도전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기능이 상당히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등으로 봤을 때 협력을 통해 도전을 완료하는 것이 개발진이 의도하는 플레이인 것을 알 수 있고, 실제로도 협력하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아쉬운 점
최적화 관련 이슈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오류나 버그와 관련한 점입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 리뷰의 경우 대다수가 게임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실행과 관련해서 버그가 있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저 또한 다운로드 직후에는 무한로딩이나 갑자기 튕기는 현상이 잦았기 때문에 상당한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업데이트를 통해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꽃 심기 종료의 부자연스러움
피크민 블룸은 핵심 기능들이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합니다. 이것들이 잘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UX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편한 게임입니다. 걸음 수 측정, 꽃 심기, 피크민으로 탐험이나 엽서 보내기 등 모든 기능들이 어플을 종료한다고 해도 계속 진행이 되기 때문에, 플레이가 일상과 녹아드는 것 같고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최소한 알림에서 종료할 수 있게끔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배로 부자연스러워지는 기능이 바로 꽃 심기 종료 기능인데, 종료를 하려면 어플에 들어가서 꽃 심기 종료 버튼을 반드시 터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잊어버렸거나, 귀찮아서 종료를 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꽃잎이 모두 소모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꽃잎을 모두 잃는 것은 상당히 큰 손해입니다.
사용자에게 명백히 큰 손해, 즉 벌을 주려면 그에 상응하는 상과 상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꽃 심기 종료를 잊어버린 사용자에게 벌을 주는 것이 이 콘텐츠에 필요할지, 그리고 이 벌에 의미나 이유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이 부분은 UX를 고려하지 못한 명백한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꽃 심기 종료 또한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실행되게 하거나 최소한 모바일 알림에서 종료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게임/경쟁 요소 부족
기능만 봤을 때는 핵심 기믹인 '걸음 수 측정으로 캐릭터 부화시키기' 는 포켓몬 고에도 이미 있는 기능입니다. 심지어 포켓몬 고는 이것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경쟁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게 평가하더라도, 기능 상으로는 포켓몬 고의 하위호환인 게임입니다.
출처 : 포켓몬고 팬덤 위키
이와 더불어서 또 아쉬웠던 점은 전투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그나마 전투라고 할 수 있는 기능은 버섯 제거이지만, 이마저도 제거에 보낼 피크민을 선정하고 보낸 다음 기다리기만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단순한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피크민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흔들거나 터치로 스와이프해서 피크민을 적에게 던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출처 : Nintendo of America -Pikmin 4 Overview Trailer
그래서 멀티 플레이 부분에 게임 요소가 있을 거라 기대했으나, 도전 과제의 경우 경쟁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맞춘 기능이고, 엽서 보내기 기능 또한 그 의미가 밀접도 올리기 말고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단절된 AR 기능
심심한 AR 기능.. 솔직히 잘 작동하는 것 같지도 않다.
AR 기능의 경우, 피크민 블룸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AR 기능 자체가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즉 사용자가 AR을 사용해서 평평한 곳에 피크민을 불러온 다음 얻을 수 있는 게임 내의 이득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다른 기능들간의 결합이 헐겁고, 솔직히 제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기능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SNS를 통해 밈을 만들어낸 데에는 이 AR 기능이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게임 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AR 기능을 활용할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인상적인 점
깔끔하고 효율적인 UX/UI
먼저 UX적인 부분에서 편했던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다수의 게임 내 요소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이 훌륭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피크민 블룸은 게임 특성상 플레이하다 보면 피크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피크민이 너무 많아져도, 대열 정렬 기능으로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터치하기 쉽게 앞에 나와있는 모습
정수를 먹일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꽃봉오리나 잎사귀 피크민으로 자동 정렬해주는 기능이 있어 효율적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렬 시 탐험을 다녀와서 뭔가 들고 있는 피크민은 자동으로 맨 앞줄에 정렬되어 터치하기 편하게끔 설계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밀접도가 각 피크민마다 존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즐겨찾기, 피크민 종류, 데코 종류, 밀접도 순으로 정렬하여 단일 피크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방식 역시 편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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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UI 시스템의 중요성은 최근 발매된 젤다 시리즈 신작 지혜의 투영이 보여줍니다.
출처 : IGN
지혜의 투영은 기본적으로 투영체 를 소환하면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맵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오브젝트를 투영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하다보면 소환할 수 있는 투영체가 굉장히 많아집니다. 문제는 이 투영체를 선택하는 UI가 단순한 일자 나열형 UI로 디자인된 점입니다. 즐겨찾기 기능도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열심히 UI를 뒤져서 원하는 투영체를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캐릭터의 귀여움
피크민 블룸의 흥행을 지켜보며 피크민 이라는 IP가 포켓몬에 비해 다소 생소할 수 있었을 법한데도, 이정도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게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IP의 힘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를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나온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와 관련하여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디테일하고 하찮은 애니메이션과 사운드입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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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Idle 애니메이션(모여서 이야기하기, 뛰어가다가 넘어지기, 앉아서 쉬기)으로 생동감을 줍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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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피크민을 계속 터치할 시 피크민이 화를 냅니다.
화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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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을 보낸 피크민이 잘 가고 있는지, 혹은 잘 오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합니다.
레몬이 무거워서 힘겨워하는 모습입니다.
날개 피크민은 확실히 빨리 가져옵니다.
현실세계와의 상호작용
걸음 수 측정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여타 만보기 기능을 가진 어플들(ex.캐시워크)과 유사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피크민 블룸은 다른 만보기류 어플들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출처 : 캐시워크
출처 : 토스 만보기
만보기 어플은 사용자의 행동을 양적으로 측정합니다. 정확히는 걸음 수를 측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용자가 걸었을 때 얻는 보상은 돈 이 됩니다. 그래서 걸음 수에 따라 돈을 주고, 돈을 받기 위해 걷게 되는 매우 단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종종(혹은 항상) 돈과 관련된 것에는 마치 무조건반사 와도 같이 반응하기 때문에, 이러한 어플에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크민 블룸은 어떨까요? 코인을 주긴 하지만 그것을 돈으로 바꾸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오히려 인앱결제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0,000원 정도 지르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피크민 블룸의 경우, 양적 측정이 아니라 질적인 측정을 구현해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여타 만보기류 컨텐츠와는 다르게 잘 설계된 조건반사와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걸음 수 측정을 통해서 보상을 주지 않습니다.
특정 장소에 가야만 획득할 수 있는 데코 피크민이 존재하고, (영화관, 동물원, 미술관, 테마파크 등)
특정 교통수단을 이용해야지 획득할 수 있는 데코 피크민이 존재하며(역, 버스 정류장, 공항 등),
심지어는 날씨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데코 피크민(비오는 날, 눈오는 날)이 존재합니다.
즉 사용자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를 질적으로 측정하여 그에 따라 다른 보상을 주는 시스템 인 것이고, 그 보상은 다양한 데코 피크민, 보낼 수 있는 탐험 장소의 확장 등으로 주어집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질적인 측정을 뛰어넘어서 사용자의 '복잡한' 행동을 유도하게 됩니다.
미술관을 가야하나?
영화 본지도 좀 오랜만이긴 한데.. 영화관 간김에 피크민 찾아볼까?
좀 새로운 곳을 가볼까?
버스정류장 피크민이 많이 없으니까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가볼까..?
질 높은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시도라고 평가하고 싶고, 여타 만보기류나 AR 컨텐츠와 차별화되는 우수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피크민 블룸 3주년 기념으로 컵케이크 데코 피크민이 나왔습니다.
피크민 블룸의 성공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피크민 블룸은 단순히 기능 상으로만 봤을 때는 “포켓몬 고”의 하위호환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결국 출시한지 3년 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차트 1위를 다는 기염을 토하며 역주행에 성공해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피크민 블룸의 첫인상은 다소 아쉬운 듯한 AR 기능 때문에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R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R은 기술 일까요? 기술은 포켓몬 고와 피크민 블룸을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오히려 포켓몬 고가 출시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딱히 인상적인 포인트가 없었으니, 퇴보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은 기술에 열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VR은 V, 즉 ‘Virtual (가상)' 에 중점을 맞추어, 사용자를 현실세계로부터 격리 시키는 컨텐츠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AR은 R, 즉 ‘Reality (현실)' 에 중점을 맞추어, 현실세계나 일상생활과 연결 시키는 컨텐츠가 성공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피크민 블룸이 다소 아쉬운 AR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확실하게 AR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사용자의 복잡한 행동을 측정하고 유도하는 강력한 현실세계와의 상호작용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명백히 기술보다는 기획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글을 정리하자면, ‘게임 내의 컨텐츠 와 현실세계의 나 또는 내 행동 이 유기적으로 맞물리게끔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에 대한 좋은 대답을 제시했기 때문에, 피크민 블룸의 역주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라고 평하고자 합니다. 물론 피크민이 귀여운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귀여운 것들은 세상을 구하니까요.
[작성자: XREAL 김병현]